【베이비뉴스 김민주 기자】
15년간 양육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양육비 채무자가 또 다시 위장전입을 감행했다. 지난달 기자는 제보자 A 씨와 함께 양육비 지급 거부를 하고 있는 전 남편의 주소지인 서울 강동구 성내3동에 찾아가서 위장전입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기자와 함께 위장전입 사실을 확인한 제보자는 곧바로 주민센터에 주민등록 말소 신청을 하고, 경찰서에 위장전입 신고를 진행했다. (관련기사: 15년간 양육비 지급 거부한 남편 집주소로 찾아가봤더니...)
이제 전 남편이 자신이 살고 있는 실거주지로 전입신고를 하게 된다면, 법원의 감치 명령이 실효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지난 3일 제보자A 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전 남편이 주소를 옮겼다. 위장전입 신고까지 했으니 실거주지일 거라 생각한다. 다시 찾아가서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A 씨는 드디어 전 남편의 소재도 확인하고, 양육비 미지급으로 인한 법원의 감치도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주민등록 말소 신청과 경찰서 위장전입 신고도 양육비 채무자에게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 양육비 채무자는 늘상 해왔듯이 또 다시 위장전입을 시도했다. 이렇게 양육비 채무자가 감치 명령을 피하고, 감치 집행을 피하면 당장 11일부터 시행되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운전면허 정지 등의 정책도 실효성이 없어진다.
◇ 이번엔 고시원으로 위장전입, 주소에는 ‘4층’까지만 기재
8일 오후 제보자 A 씨, 이영 양육비해결연합 대표, 손민희 양육비해결연합 부대표는 양육비 채무자인 전 남편의 새로운 주소지인 서울 송파구로 찾아갔다. 이 주소지는 가정집이 아니라 고시원이었다.
A 씨가 고시원 관리자에게 “5월 18일에 양육비 채무자가 전입신청 한 것을 확인하고 찾아왔다. 지금 이곳에 살고있나”라고 물었다. 관리자는 처음에는 “안 산다. 직장이 이 근처인가”하며 말을 흐리더니, 이후 “고시원을 내가 맨날 지키는 것도 아니고 알 수 없다. 몇 호실에 살고 있는지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양육비 채무자는 주소를 4층이라고만 적어놓고, 호수는 기재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해당 주소에 채무자가 살더라도 감치명령 서류는 채무자가 받을 수 없으니 무용지물이다.
양육비 채권자인 A 씨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주소를 또 말소시키는 것도 고시원으로 옮겨 놓으니 할 수 없다. 가정집과 다르게 물건 몇개만 넣어놓고 살고 있다고 하면 그만이지 않냐”며 “양육비 법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감치가 이행돼야 또 다른 조치를 할 수 있는데, 고시원 4층으로 주소를 해 놓으면 서류가 도착할 수 있나? 법은 있지만 아무 실효성이 없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또한 “경찰서에 위장전입 신고를 했지만 당시 담당 경찰관이 1달 걸린다고 했다. 감치 집행기간이 6개월인데 이후 진행사항을 알 수 없어서 불안하다”며 “아이들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는데 법은 실효성이 없어서 답답하다”고 전했다.
이영 대표는 “정말 기가 막혔다. 처음엔 당연히 실거주지가 맞다고 생각했다. ‘설마 아니겠어?’ 했는데 확인해보니 고시원이었다. 이건 정말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 주민등록법이 있지만 위장전입에 대해 법으로 불이익 주는게 여태까지 없었다. 이건 감치집행 기간인 6개월을 버텨서 감치 집행을 무효화시키겠다는 것이다. 기분은 정말 참담했다. 위장전입 꼼수는 정말 다양하다. 주민등록법 위반이 얼마나 강력한 법인지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 양육비 이행 사각지대 해소 나선 국회와 정부
양육비 채무자의 끝이 없는 위장전입에 대해 서영교 의원실에서는 “결국 감치의 송달과 관련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감치결정 서류 송달과 관련된 방식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도 움직임에 나섰다. 9일 오전 11시에 있었던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 미성년자녀 양육비이행 지원 개선방안’ 브리핑에서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은 “양육비 지급과 감치집행을 회피하기 위해 주소지를 허위로 신고하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 차원에서 위장전입에 대한 사실조사를 적극 실시하도록 하고, 경찰관의 적극적인 감치집행을 지원하도록 양육비 채무자의 주소지에 직접 출동하는 양육비이행관리원 소속직원 구성된 현장지원반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주민등록법상 위장전입은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규정돼 있다. 각 지역별, 읍면동 사무소 직원은 ‘이 기간 동안 위장전입 의심되는 사람들은 자기가 증명 하라. 그렇지 않으면 어떤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공고를 내고 증명하지 못하면 바로 경찰 고발 조치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미성년자녀의 안전한 양육환경 조성을 위해 ▲양육비 이행절차 개선과 소송기간 단축 추진 ▲감치명령 신청이 가능한 양육비 채무 불이행 기간을 현재 약 90일에서 30일 이내로 단축 ▲한시적 양육비 긴급지원금 확대 ▲아동양육비 정부 지원 지속 확대 ▲양육비이행관리원 서비스 효율화 등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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