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영유아를 위한 전국희망연대는 '모든 아이를 위한 평등한 출발선' 영유아정책 전환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영유아정책이 전환의 기점에 선 지금, 유보통합 3법을 비롯해 교사 처우, 장애영유아 교육권, 이음교육 등 교육 방향과 공적 지원체계 전환 등 핵심 정책 과제를 차례로 짚어봅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모든 아이가 출생과 가정환경, 장애 여부, 지역과 기관 유형에 따른 차별 없이 평등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정책 전환을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말
유보통합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하나의 국가 책임체계 안에서 운영하여 0세부터 5세까지 모든 영유아가 연속성 있는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국가적 과제이다. 그러나 지금의 유보통합은 과연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유보통합을 총괄한다고 하지만 실제 관리체계는 여전히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로 나뉘어 있다. 더욱이 어떤 관리체계를 만들 것인지, 언제까지 어떤 단계를 거쳐 완성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식 로드맵도 제시되지 않고 있다.
거대한 도시를 건설해야 하는 상황에서 곳곳에 시범사업이라는 모델하우스만 지어 놓고 미래 도시를 설명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범사업은 정책을 검증하는 수단일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정책의 방향을 대신할 수는 없다. 지금 현장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시범사업이 아니라 국가가 어디로 가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실행 계획이다.
◇ 3법 개정은 행정체계를 하나로 만드는 첫걸음

최근에는 영유아보육법을 제외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만 먼저 개정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의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주장이다.
2024년 10월 국회에서 발의된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제안이유는 매우 분명하다. "지방 보육사무의 소관과 주체를 교육청과 교육감으로 변경함으로써 영유아 보육 정책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또한 개정 대상도 제4조, 제6조, 제7조, 제9조의2 등 지방 보육사무의 소관과 주체를 변경하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현재 논의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은 어린이집의 설치기준이나 운영기준, 교육과정 전체를 새로 만드는 법이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던 보육행정을 교육청으로 이관하여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하나의 행정체계 안에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설치기준과 운영기준, 교육과정, 교원체계 등 유보통합의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제정될 영유아교육법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마련하면 된다. 다시 말해 지금의 3법 개정은 행정과 재정의 통합 기반을 먼저 구축하고, 그 위에서 영유아교육법을 안정적으로 제정하기 위한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 3법 개정을 통한 교육청으로의 업무 이관은 유보통합의 출발점이다
교육청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함께 관리해야 양 기관의 차이와 불합리한 부분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고, 어느 한 기관이 아니라 모든 영유아의 발달권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할 수 있다.
반대로 영유아보육법 개정이 계속 미뤄진다면 교육부가 정책을 총괄하고, 유치원은 교육청이, 어린이집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관리하는 혼합체계가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책임과 권한이 분산되고, 예산과 행정 기준도 서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어떤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어느 기관이 최종 책임을 지는지, 재정은 누가 책임지는지에 대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보통합은 하나의 국가 책임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관리체계가 이원화된 상태에서는 책임 있는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 3법 개정이 늦어질수록 피해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이어질 수 있다
유보통합의 진행이 지연되는 것은 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리체계가 장기간 이원화되고 정책 방향이 불분명하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아이들과 부모들이다. 현재 현장에서는 유아는 유치원으로 이동하고, 어린이집은 영아 중심 기관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만약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어 현재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약 90만 명의 영유아 가운데 약 30만 명의 유아가 유치원으로 이동한다면 어린이집은 약 60만 명 규모의 영아 중심 체계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현재의 어린이집 공급체계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어린이집은 한때 약 4만 3천 개에서 현재 약 2만 5천 개 수준으로 줄었으며, 지금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규모가 큰 어린이집은 영아만으로 정원을 채우기 어려워 폐원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 소규모 가정어린이집도 감소하는 영아 수요와 기관 간 경쟁 심화로 운영난이 가중되면서 폐원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어린이집이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기관 수가 감소하는 문제가 아니다. 부모들은 집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을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유아는 유치원, 영아는 어린이집으로 이용 체계가 고착될 경우 맞벌이 가정은 형제자매를 서로 다른 기관에 보내야 하는 불편을 겪을 수 있다. 통원 시간은 늘어나고 돌봄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들의 일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출생으로 이용 아동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신도시를 제외하면 새로운 기관을 대규모로 설치하기도 쉽지 않다. 한 번 사라진 보육 인프라는 다시 회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장애아 통합보육도 중요한 과제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장애영유아 통합보육의 중요한 기반 역할을 수행해 왔다. 유아반이 줄어들면 장애영유아가 비장애 또래와 함께 생활하며 성장할 수 있는 통합보육 기반 역시 약화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기관 운영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영유아의 교육권과 발달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 이제는 국가가 시범사업이 아니라 조속한 3법 개정과 로드맵으로 답해야 한다
OECD를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영유아기 교육과 돌봄의 연속성과 통합적 접근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여러 국가들도 제도는 다르지만 0세부터 취학 전까지를 하나의 발달 과정으로 바라보고 정책을 설계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지금 현장에서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3법 개정이 왜 지연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정으로 유보통합을 완성할 것인지 누구도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정부가 어린이집은 지방자치단체가 계속 담당하고, 유치원은 교육청이 담당하는 현재의 혼합체계를 사실상 유지하려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이집의 유아반이 자연스럽게 축소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우려가 사실이 아니라면 정부는 더욱 명확한 계획과 일정을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또한 유보통합 관련 3법을 조속히 개정하여 행정과 재정의 통합 기반을 마련하고, 그 위에서 영유아교육법을 제정하여 0세부터 5세까지 모든 아이를 하나의 국가 책임 체계 안에서 지원하겠다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유보통합은 어느 한 기관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모든 영유아의 미래와 부모들의 일상, 그리고 국가의 교육·돌봄 체계를 새롭게 설계하는 일이다. 이제는 시범사업이 아니라 조속한 3법 개정과 국가 로드맵으로 답해야 한다. 그것이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유보통합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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