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와 영유아를 위한 전국희망연대는 '모든 아이를 위한 평등한 출발선' 영유아정책 전환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영유아정책이 전환의 기점에 선 지금, 유보통합 3법을 비롯해 교사 처우, 장애영유아 교육권, 이음교육 등 교육 방향과 공적 지원체계 전환 등 핵심 정책 과제를 차례로 짚어봅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모든 아이가 출생과 가정환경, 장애 여부, 지역과 기관 유형에 따른 차별 없이 평등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정책 전환을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말

◇ 현장의 불안: 쉬쉬하는 분위기 속, 장애영유아들 곁을 지킬 전문 교사는 어디에 있습니까?
유보통합에 대한 거대 담론과 행정 부처 통합 소식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지만, 정작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함께하는 현장의 교사들과 부모들 마음에는 알 수 없는 불안과 답답함이 안개처럼 짙게 깔려 있습니다. 최근 정책 추진 현황이나 구체적인 세부 일정은 투명하게 공유되지 않은 채 유보통합 논의가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겉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책의 진척 상황을 알 수 없는 ‘정보의 깜깜이’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현장의 교직원들과 영유아 보호자들은 과연 유보통합이 누구를 위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깊은 회의감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거대한 행정 조직을 일원화한다 해도, 매일 아침 아이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개별 아동의 발달적 필요를 세심하게 읽어낼 ‘준비된 교사’가 현장에 없다면 유보통합은 서류상의 변화에 그치고 맙니다. 특히 전문적이고 밀도 높은 지원이 필수적인 장애영유아 및 발달지연 영유아 교육 분야에서 교사의 전문성과 절대적인 수급 문제는 유보통합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중의 핵심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수급 통계는 대단히 암울하고 무모합니다. 2025년 기준 공식 통계에 따르면 특수교육과 체계적인 조기 개입이 필요한 장애 및 발달지연 영유아는 1만 명을 훌쩍 뛰어넘고 있습니다. 반면, 이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할 유아특수교사를 배출하는 전국 12개 대학의 한 해 입학 정원은 다 합쳐도 약 198명에 불과합니다.
어린이집에서 지내는 1만 3천여 명의 장애영유아가 정식 특수교육 대상자로 편입될 때 폭발적으로 늘어날 교육 수요를 감안하면, 현재의 학부 중심 양성 규모는 현장의 갈증을 해소하기에 턱없이 부족합니다. 만약 현장의 교사 수급 대책이나 체계적인 준비 없이 거버넌스 통합만을 서둘러 강행한다면, 공립 유치원 특수학급의 과밀화와 기약 없는 입학 대기 줄 속에서 장애영유아와 보호자들만 길을 잃게 될 것입니다.
◇ 갈등의 이면: 서로 다른 자리에서 아이들을 품어온 교사들의 고민
교사 수급의 양적 부족 문제와 더불어, 유보통합 과정에서 표출되는 교사 직제 및 자격 통합에 대한 현장의 우려 역시 매우 깊습니다.
치열한 임용시험을 거쳐 공립 현장에서 특수교육의 전문성을 다져온 공립 유아특수교사들, 대학에서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예비 교사들, 그리고 열악한 처우와 긴 근무 시간 속에서도 수십 년간 현장에서 장애영유아 곁을 묵묵히 지켜온 장애아 담당 보육교사들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헌신해 온 교사 집단이, 제도의 급격한 재편과 정책적 불확실성 앞에서 서로 다른 고민과 불안을 안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교사 양성 체계와 자격의 일원화는 어느 한쪽의 희생이나 특혜로 귀결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사 전문성의 질적 수준을 확실히 수호하여 장애영유아에게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온 보육 인프라와 임상 경험을 국가 교육 자산으로 충실히 안아주는 지혜로운 상생 로드맵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 상생의 길 ① : 일반 기관 내 ‘보건교사 모델’ 특수교사 배치와 양성 체계 대수술
단순한 자격 일원화 논의를 넘어, 현장에서 아이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일반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현장 구조를 과감하게 개편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상생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반 유치원·어린이집 내 ‘상주 전담 특수교사’ 배치(보건교사․상담교사 모델)
현재 특수교사는 주로 특수학교나 일반 기관의 '특수학급'에 한정되어 배치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진단을 받지 못했거나 특수학급에 포함되지 않은 수많은 발달지연·경계선 영유아들이 일반 학급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 보건교사가 상주하며 전교생의 건강을 돌보고 예방 조치를 취하듯, 일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도 '전담 상주 특수교사'를 배치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합니다. 전담 특수교사는 특수학급 운영에만 갇히지 않고, 일반 학급 내에서 발달 위협이 있는 아동을 생애 초기에 선제적으로 스크리닝하며, 정식 장애 진단 전이라도 적시에 맞춤형 조기 개입과 개별화 지원을 제공하는 '현장 밀착형 조기 지원 거점'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는 일반교사의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동시에, 교육 사각지대를 예방하는 가장 강력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2) 대학 유아특수교사 양성 교육과정의 대수술
증가하는 발달지연 영유아 수요와 유보통합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대학의 유아특수교사 양성 교육과정 자체를 과감하게 개편해야 합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이론 중심 교육에서 탈피하여, 생애 초기 조기 스크리닝 역량, 발달지체 정밀 진단·평가, 일반교사와의 통합학급 협력 교수(Co-teaching), 그리고 가족지원 역량을 종합적으로 함양할 수 있도록 전공 교육과정을 고도화해야 합니다.
아울러 현장 실습 체계를 대폭 강화하여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투입되어 조기 개입과 통합교육을 능숙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실천적 교육 전문가를 양성해야 합니다.
◇ 상생의 길 ② : 19개 교육대학원 활용과 온건한 ‘5년 한시적 일몰제’
그렇다면 당장 현장에서 부족한 유아특수교사의 수급 불균형은 어떻게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새로운 학과를 신설하거나 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식은 인가와 입학, 졸업까지 최소 4~5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이미 전국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 교육대학원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현재 전국 19개 대학에는 특수교육 관련 전공 교수진과 교육 환경을 보유한 ‘재교육과정 교육대학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국가가 이들 재교육과정 교육대학원에 한시적으로 ‘영유아특수교사 특별양성과정’을 설치하고, 현직 교사들을 위한 등록금 지원 및 야간·주말·온라인과 대면이 결합된 심화 교육과정을 제공한다면 어떨까요? 현직 장애아 담당 보육교사들이 아이들 곁을 떠나지 않고 근무를 지속하면서도, 대학원의 체계적인 특수교육 이론과 실습을 이수하여 정당하게 정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전문성을 격상할 수 있게 됩니다.
단, 이 우회 양성 통로는 유보통합 초기의 극심한 교사 수급 난을 해소하기 위한 과도기적 조치로서 ‘제도 시행 후 5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마감하는 5년 일몰제’를 엄격히 적용해야 합니다.
과거 우리 교육 역사에서도 초·중등 공교육 확립 당시 부족한 교원을 충원하기 위해 일정 기간 준교사 보수교육을 실시한 뒤 제도를 일몰 폐지했던 성공적인 선례가 있습니다. 5년의 유예기간 동안 현장의 숙련된 보육 인력을 대학원 심화 과정을 통해 안정적으로 흡수한 뒤 우회 통로를 완전히 마감해야만, 양성 체계의 대원칙과 특수교육의 질적 전문성을 영구하게 사수할 수 있습니다. 일몰 이후의 교사 공급은 개편된 4년제 정규 대학 유아특수교육과로 전면 단일화하여 양성 체계의 정통성을 확립해야 합니다.
◇ 현장의 자산을 품어 안는 ‘기능 중심의 영유아학교’
유보통합은 지금까지 어린이집 현장이 눈물겹게 가꾸어온 소중한 교육·보육 자산을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국가 책임 교육 시스템 안으로 다정하게 끌어안아 한 단계 격상시키는 일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관의 외형을 획일적으로 합치는 것이 아닌, 기관의 독자적 전문성을 살리는 '기능 중심 유보통합 모델'을 제안합니다.
첫째, 지난 수십 년간 비장애 아동과 장애 아동이 한 교실에서 어울리며 완전통합을 실천해 온 장애아통합어린이집은 영유아학교의 ‘표준 통합학급 모델’로 육성해야 합니다. 정식 유아특수교사를 우선 배치하고 일반교사와의 공동담임제를 제도화하여, 아이가 다른 기관으로 이동하지 않고도 자라나던 공간에서 최고 수준의 통합교육을 받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둘째, 일반 기관이 수용하기 어려운 중도·중증 장애아동의 치료, 재활, 보육을 전담해 온 장애아전문어린이집은 법적 지위를 교육부 산하 ‘거점형 영유아 특수학교(또는 조기개입센터)’로 발전시켜야 합니다. 전문 재활 치료와 특수교육, 가족지원이 한곳에서 원스톱으로 이루어지는 특수교육 거점 기관으로 격상할 때 현장의 오랜 노하우가 국가의 핵심 교육 자산으로 열매 맺을 수 있습니다.
유보통합은 행정 문서의 문구를 수정하는 차가운 작업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어떤 기관을 이용하든 모든 장애 및 발달지연 영유아들이 준비된 선생님의 따뜻하고 전문적인 손길을 동등하게 보장받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단 한 명의 아이도 외롭게 남겨두지 않는 진짜 유보통합의 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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