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에도 영유아 교육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저출생에도 영유아 교육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 기고=전주리
  • 승인 2026.08.17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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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아이를 위한 평등한 출발선] 8. 보육료 바우처에서 교사 인건비 직접 지원으로

베이비뉴스와 영유아를 위한 전국희망연대는 '모든 아이를 위한 평등한 출발선' 영유아정책 전환 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영유아정책이 전환의 기점에 선 지금, 유보통합 3법을 비롯해 교사 처우, 장애영유아 교육권, 이음교육 등 교육 방향과 공적 지원체계 전환 등 핵심 정책 과제를 차례로 짚어봅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모든 아이가 출생과 가정환경, 장애 여부, 지역과 기관 유형에 따른 차별 없이 평등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사회적 논의와 정책 전환을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편집자 말

영유아에게 교사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목소리와 표정, 손길을 통해 세상에 대한 신뢰와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중요한 존재다. 따라서 영유아에게는 다양한 프로그램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안정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교사가 더욱 중요하며, 교사의 고용과 근무환경이 불안정하면 그 영향은 교사 개인을 넘어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부모의 신뢰에도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다. ⓒ베이비뉴스
영유아에게 교사는 단순한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목소리와 표정, 손길을 통해 세상에 대한 신뢰와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우게 하는 중요한 존재다. 따라서 영유아에게는 다양한 프로그램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안정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는 교사가 더욱 중요하며, 교사의 고용과 근무환경이 불안정하면 그 영향은 교사 개인을 넘어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과 부모의 신뢰에도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다. ⓒ베이비뉴스

그동안 ‘영유아를 위한 전국희망연대’는 현재 영유아정책의 당면 과제를 베이비뉴스에 기고 형식으로 제안해 왔다. 유보통합 3법의 조속한 통과, 이음교육이나 독서교육이 아닌 누리과정의 충실한 운영, 장애영유아의 교육권과 특수교사 양성, 교사 처우 개선 등의 주제였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제를 관통하는 마지막 질문을 하고자 한다.

영유아 지원체계의 공적 책임의 구조는 무엇으로 시작되고 완성되는가? 그 두 축은 유보통합과 인건비체계로의 전환이다. 정부책임형 영유아정책은 인건비 지원체계로의 전환과 함께 준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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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학생 수가 줄었다고 담임교사의 월급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학교의 교사는 교육에 반드시 필요한 인력이기 때문에 국가와 교육청이 교원 정원과 보수 기준을 정하고 인건비를 책임진다.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 등 초등돌봄센터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시설 운영에 필요한 종사자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한다. 지원 수준이 충분한지, 지역별 격차가 없는지는 별도로 개선해야 할 문제이지만, 적어도 종사자의 인건비를 아동 한 명 한 명의 매월 이용료에만 의존하도록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영유아가 하루 대부분을 생활하는 어린이집/유치원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어린이집/유치원의 수입은 기본적으로 재원 아동 수와 연결된다. 아이가 줄면 보육료와 기관보육료가 줄고, 기관의 총수입이 감소한다. 그 안에서 교사 인건비와 급식비, 공과금, 시설 유지비, 교육활동비 등을 모두 지출해야 한다. 결국 원아 감소의 위험을 기관과 교사가 함께 떠안는 구조다. 영유아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교사가 공적 교육인력이라기보다 기관의 수입 범위 안에서 감당해야 하는 비용으로 취급되는 것이다.

◇ 진정한 무상교육은 인건비 지원체계

특히 어린이집에는 보육료, 유아학비, 누리과정 지원금, 지방자치단체 수당, 기관 보조금 등이 각각 지원된다. 얼핏 보기에는 여러 지원이 촘촘하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때마다 한 조각씩 선심 쓰듯 지원해주고 ‘무상교육’이라고 이름 붙이고 있다고 말한다. 들여다보면 어떤 재원이 교사의 안정된 노동조건을 보장하고, 어떤 재원이 아이의 교육활동과 급식을 책임지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2025년 이재명 정부에서 시작된 무상교육도 부모 부담 줄이기를 목표로 하고 어린이집에는 ‘기타필요경비’로만 쓰라고 지침이 내려와서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동안 부모들의 부담하던 비용은 특별활동 비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으니 특별활동이 늘어나야만 지원금을 온전히 쓸 수 있었던 것이다. 누리과정 외 특별활동을 부추기는 효과를 내는 무상교육이라니.. 그야말로 예산구조에 대한 파악과 장기적인 안목 없이 무상이라는 지원의 명목만 맞춘 지원 형태이다. 이런 형국이니 영유아교육은 주요 선거 때마다 끊임없이 무상교육을 말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무상교육을 말하지만 실제는 완전 무상교육이 아니고 조각지원이기 때문이다.

인건비 지원체계로의 전환이 되어야 진정한 무상교육이다. 무상교육의 시작은 교사인건비의 안정이기 때문이다.

◇ 바우처는 아이당 지원, 인건비 지원은 교사에게 지원

현재 영유아 교육 지원방식인 바우처는 아이의 이용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보호자가 기관을 선택하면 해당 아동의 보육료가 기관으로 지급된다. 부모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기관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방식에서는 기관에 다니는 아이가 몇 명인지가 기관 수입을 결정하고, 그 수입 안에서 교사 인건비까지 해결해야 한다.

반면 인건비 지원은 아이 곁에 반드시 있어야 할 교사에게 지원하는 방식이다. 국가가 기관에 필요한 교사 수와 자격, 경력, 근무시간, 배치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른 인건비를 별도로 지원한다.

두 제도의 차이는 단순히 돈을 지급하는 통로가 다르다는 데 있지 않다. 국가가 무엇을 공적으로 책임지는가의 차이다. 바우처 방식의 중심 질문은 “아동 한 명당 얼마를 지원할 것인가”이다. 인건비 지원체계의 중심 질문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과 돌봄을 제공하려면 어떤 교사를 몇 명 배치해야 하는가”이다.

바우처가 보호자의 선택권을 지원하는 제도라면, 인건비 지원은 아이가 안정된 교사를 만날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바우처 방식의 지원은 교사 인건비를 보육료 안에 숨겨두게 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현재 영유아 지원 구조를 도식화하면 이렇게 나온다. ⓒ전주리
현재 영유아 지원 구조를 도식화하면 이렇게 나온다. ⓒ전주리
인건비 지원체계로 바뀌었을때 영유아지원체계 예상도. ⓒ전주리
인건비 지원체계로 바뀌었을때 영유아지원체계 예상도. ⓒ전주리

◇ 보육료 안에 숨겨진 교사 인건비를 분리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보육료와 기관보육료 안에 교사 인건비와 운영비가 섞여 있으면, 국가가 보육료를 인상하더라도 그 재원이 교사의 임금이나 추가인력 배치에 얼마나 사용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어린이집/유치원 역시 지급받은 금액 안에서 인건비와 운영비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므로 재정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영유아 수가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원아가 한두 명만 줄어도 소규모 기관의 수입은 크게 감소한다. 그러나 아이가 줄었다고 교사를 아동 수에 맞춰 그때그때 수시로 채용하고 해고할 수는 없다. 교사 한 명이 줄면 이미 앞으로는 그 반을 운영하기 어렵고, 남은 교사의 노동강도와 아이들의 생활에도 영향을 준다.

저출생 시대에 아동이 줄었으니 기관도 시장 원리에 따라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지역에서 기관이 사라져도 되는 것은 아니다. 농산어촌이나 원도심, 장애통합보육, 연장보육과 야간보육처럼 이용 아동이 적더라도 국가가 유지해야 할 필수 서비스가 있다.

초등학교 역시 학생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대안 없이 문을 닫게 하지는 않는다. 통학 거리와 지역의 교육권을 고려해 학교를 유지하거나 통합하고, 교원 배치를 조정한다. 영유아 기관도 개별 기관이 원아 모집 경쟁으로 생존 여부를 결정하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 영유아 인구와 돌봄 수요를 바탕으로 국가가 공급을 계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보육료 속에 포함된 교사 인건비를 분리해야 한다. 교사 인건비는 자격과 경력, 호봉, 근무시간에 따라 공적 재정으로 지원하고, 시설 운영비와 아동별 추가지원은 별도의 항목으로 구성해야 한다.

◇ 경력교사가 오래 일할수록 기관이 어려워지는 모순

영유아기관에서 경력이 많은 교사가 오히려 기관에 부담이 되는 모순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교사의 경력이 쌓이고 임금이 올라갈수록 기관이 부담해야 할 인건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정 여력이 부족한 기관에서는 저임금 신규교사를 선호하거나 경력교사의 임금을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교육에서 교사의 경력은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어야 한다. 아이의 발달을 이해하고 부모와 소통하며 동료 교사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경험 많은 교사가 한 기관에서 오랫동안 근무할수록 교육의 연속성과 공동체의 신뢰도 높아진다.

호봉별 인건비를 국가가 책임지면 경력교사의 임금 상승이 개별 기관의 경영 부담으로 전가되지 않는다. 교사는 경력을 인정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고, 기관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교사를 교체해야 하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교사가 오래 근무할수록 기관이 힘들어지는 구조에서, 교사가 오래 근무할수록 교육의 질과 신뢰가 축적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 지원금을 늘리는 것보다 아이 곁의 어른을 늘려야 한다

인건비 직접 지원의 또 다른 장점은 국가가 원하는 교육의 질을 구체적인 인력 배치로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육료를 일정 금액 인상하는 것만으로는 그 돈이 교사 추가 배치에 사용된다는 보장이 없다. 반면 인건비를 목적별로 지원하면 영아반 교사, 장애영유아 지원교사, 비담임교사, 보조교사, 연장보육교사, 대체교사, 급식·행정인력 등을 필요한 곳에 배치할 수 있다.

교사의 휴게시간을 보장하려면 그 시간에 아이들을 돌볼 다른 교사가 있어야 한다. 교사가 아프거나 연수를 받을 때도 빈자리를 대신할 인력이 필요하다. 장애영유아가 함께 생활하려면 담임교사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전문인력과 추가인력이 배치되어야 한다.

정책의 성과도 “영유아 한 명당 지원금을 얼마 올렸다”는 숫자를 넘어 “교사 대 아동 비율이 얼마나 낮아졌는가”, “비담임교사가 몇 명 배치되었는가”, “교사의 휴가와 병가가 실제로 보장되는가”로 평가할 수 있다.

지원금이 늘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 아이 곁에 안정적인 어른이 늘어났는가 하는 것이다.

◇ 민간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에 인건비를 지원해도 될까

민간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에 국가가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민간이 설립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적 인건비 지원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사립학교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공공서비스를 수행하는 민간기관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여러 사례가 있다.

영유아 기관의 어린이집/유치원 교사 역시 국가가 정한 자격을 갖추고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그리고 이미 기관에는 보육료와 기관보육료 등 상당한 공적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따라서 진짜 쟁점은 민간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에 국가 재정을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다. 이미 지원되는 공적 재정을 어떤 기준과 책임 아래 사용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또 인건비 직접 지원은 아무 조건 없이 개별 기관의 경영을 보전해 주자는 주장이 아니다. 국가가 교사의 자격과 배치, 호봉별 임금, 근로시간과 휴게시간, 회계 투명성, 채용 절차, 고용안정 기준을 정하고 이를 충족하는 기관에 먼저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

공적 지원이 확대되면 공적 책임도 강화되어야 한다. 교사에게 지급되어야 할 인건비는 교사에게 온전히 지급되고 있는지, 임금과 경력이 제대로 인정되는지, 필요한 인력이 실제로 배치되었는지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해야 한다. 기관의 운영 자율성은 존중하되, 공적 재정과 교사의 노동권, 영유아의 교육권에 대해서는 분명한 책무를 부여해야 한다.

◇ 바우처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지원체계를 다시 설계하자는 것

인건비 지원체계로의 전환하자는 것이 보호자의 선택권을 없애거나 모든 기관을 당장 국공립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또한 바우처를 하루아침에 전면 폐지하자는 것도 아니다.

현실적인 대안은 지원체계를 세 층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첫째, 교사 인건비는 교사의 자격과 경력, 호봉, 배치기준에 따라 국가가 별도로 지원한다. 둘째, 임차료와 공과금, 급식비, 교재교구비 등 기관 운영에 필요한 기본운영비를 분리하여 지원한다. 셋째, 장애영유아, 연장보육, 취약지역 등 아동과 지역의 특별한 필요에 대해서는 추가로 지원한다.

이렇게 하면 보육료 인상분을 둘러싸고 교사 임금과 기관 운영비가 서로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 교사의 노동조건과 기관의 운영 여건, 영유아의 개별적 필요를 각각의 정책 수단으로 다룰 수 있다.

전환 과정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먼저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현재 보육료와 기관보육료 가운데 실제 교사 인건비로 사용되는 규모를 정확히 조사해야 한다. 그다음 표준 교사 배치기준과 호봉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 동시에 회계 투명성과 고용안정, 임금 지급에 대한 관리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 교사의 안정이 곧 아이의 안정이다

영유아는 교사를 서비스 제공자로만 만나지 않는다. 교사의 목소리와 표정, 손길을 통해 세상을 신뢰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운다. 영유아에게는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안정된 교사가 중요하다. 교사의 불안정은 교사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아이들과 부모에게 전달된다.

유보통합이 행정기관을 합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어느 부처가 담당할 것인가만 결정한다고 영유아교육의 공공성이 저절로 높아지지는 않는다. 국가가 교사를 어떤 존재로 보고 그 노동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가 함께 달라져야 한다.

영유아교육 지원체계 전환의 핵심은 보육료 속에 숨겨져 있던 교사 인건비를 공적 책임의 영역으로 꺼내는 것이다. 아이가 줄면 교사의 월급과 고용부터 흔들리는 구조를 끝내고, 아이 곁에 필요한 교사를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유보통합을 준비하면서 국가책임 인건비 체계에 필요한 재정을 아직 한 번도 제대로 계산하지 않았다면, 그것부터가 심각한 문제다. 이미 현장이 피폐화되고 있다. 이제는 선언이 아니라 수치와 일정으로 답해야 한다. 실태조사와 재정추계, 법적 근거 정비를 거쳐 보육료·유아학비와 인건비를 분리하는 5개년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다시 정리하면, 영유아 돌봄과 교육은 개인과 가족이 시장에서 구매하는 상품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공의 기반이다. 교사의 안정된 노동조건을 국가가 책임지는 일은 교사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아이의 일상을 지키고 부모의 신뢰를 회복하며 유보통합을 완성하는 정책이다. 영유아 지원체계의 전환, 이제 교육부가 구체적인 계획으로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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