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사교육상품 '교육이론 왜곡' 심해
영유아 사교육상품 '교육이론 왜곡' 심해
  • 오진영 기자
  • 승인 2013.12.18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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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없는세상, 10일 11차 토론회 개최

【베이비뉴스 오진영 기자】

 

놀이학원이나 영어학원, 프뢰벨 같은 많은 영유아 사교육 상품들이 다중지능이론, 뇌기반학습이론 등을 언급하며 상품을 홍보하고 있으나 이론의 차용과정에서 심각한 왜곡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사교육포럼은 지난 10일 오후 11차 토론회 ‘프뢰벨, 가드너 등 영유아 사교육상품 교육이론을 분석한다’를 진행했다고 18일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 뇌기반학습이론 등 영유아 사교육상품에서 홍보에 주로 이용하는 교육학 이론들이 해당 사교육상품을 구매하게 하는 하나의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어떤 교육이론이 주로 이용되고 있으며 올바르게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는 이슬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과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교수의 발제,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장, 김수진 학부모의 논찬으로 이뤄졌다.

 

◇ 놀이학원-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 영어학원- 이머전 교육 등 차용

 

놀이학원은 ‘다중지능이론’, 영어학원 유치부는 ‘이머전 교육’, 교재 교구 상품은 ‘다중지능이론’, ‘뇌기반학습이론’, ‘프뢰벨과 몬테소리의 교육이론’ 등을 주로 차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이학원에서는 대부분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을 차용하고 있었는데 가드너의 이론은 ‘인간의 지능은 단일한 요소가 아니라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며 이에 따라 인간의 지능이 언어, 음악, 논리수학, 공간, 신체운동 등 독립된 8개의 지능과 1/2개의 종교적 실존지능으로 이뤄졌다’는 것. 다양한 영역의 지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신체활동, 음악활동, 표현미술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영어학원 유치부에서는 이머전 교육을 실시하면서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배울 수 있고 이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습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영어학원 유치부에서는 영어뿐 아니라 수학, 과학 미술, 체육 등의 모든 교과를 영어로 가르치고 원내에서 영어만을 사용하토록 하는 이머전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단순히 영어 습득을 효과적으로 돕는 것 외에 인성, 창의성 등의 교육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예로 Music, P.E, Good Manners 등의 과목을 언급하고 있었다.

 

교재 교구 상품의 경우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이나 뇌기반 학습이론, 몬테소리 및 프뢰벨의 교육이론을 많이 차용하고 있었고 지능과 감성 계발 모두 중요하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부분이 지능 위주, 뇌발달 위주로 구성돼 있고 스마트 앱과 멀티 학습기기 등을 결합한 상품도 많이 출시되고 있었다.

 

◇ 놀이학원- 학습 많아 다중지능 이론과 거리 멀고 유아기 적용 일러
   영어학원- 제2언어로 배우는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하긴 무리
   프뢰벨, 몬테소리 교구 상품- 교육자와 직접 관련 없고 교육철학 구현 안 돼

 

놀이학원은 교과화된 프로그램 중심의 집단 수업으로 이루어지며 한자, 영어 등 다분히 학습적 의도가 많아 편향된 지적교육을 비판한 다중지능이론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판단된다. 또 영어학원 유치부에서 말하는 결정적 시기 이론 등은 우리나라 상황에는 적용하기 힘들고 이를 비판하는 연구가 이미 이뤄져 있다고 지적됐다.

 

이와 관련, 제2발제를 맡은 정선아 교수는 “최근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이 사교육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다중지능이론이 수학, 음악, 미술 등으로 교과화하기에 좋은 수단이 되기 때문”이라며 “다중지능이론은 사실 수, 문자 등의 추상도구 사용이 가능한 유아기 이후의 시기에 유용한 것으로 유아기에 적용하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또 영어학원 유치부는 ‘어릴수록 자연스럽게 외국어 습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결정적 시기 이론, 생득적 언어습득장치 이론 등을 차용한다. 그러나 Chomsky, Penfield, Lenneberg 등의 이론은 논리적 추론에 근거한 것으로 실험적 연구에 의해서는 지지되지 않는 바가 많으며 특히 우리나라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진 연구(우남희, 서유헌, 강영은, 2002; 이귀옥, 우남희, 2008; 우남희 2007 외)들은 연령대가 높고 모국어 수준이 높은 아동이 영어교육효과를 보인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프뢰벨, 몬테소리의 교육철학을 차용했다는 교재, 교구 상품들의 경우, 해당 교육자 이름을 내세워 상품을 개발했으나 교육자와 직접적 관련은 없으며 애초 몬테소리가 장애학생을 위해 개발된 것임에도 현재 몬테소리 교육법은 영재교육 혹은 조기교육을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는 등 교육자의 교육철학이 구현되기는 힘든 구조인 것으로 판단된다.

 

뇌기반학습이론을 차용했다는 교재, 교구 상품들의 경우 아동의 뇌발달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한 것보다는 똑똑한 아이를 기르기 위한 효과적 방법으로 인식, 뇌과학 연구가 잘못 해석되고 성급하게 적용돼 오히려 뇌발달에 역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됐다.

 

정선아 교수는 "현재 영유아사교육시장에서 발빠르게 유아교육전문가를 접촉해서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론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지만 이론을 차용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남을 지적했다.

 

◇ 우리 실정에 맞는 유아사교육 관련 법제정이 필요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 소장은 “사교육시장의 구조는 팔기 위해 이론을 차용하는 것”이라며 “영유아시기의 경우 이러한 이론들이 초보 엄마에게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에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소아과학회의 권고문의 내용을 인용하며 이러한 내용을 참고해 우리나라에도 영유아 발달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미국 소아과학회(AAP) 2011년 권고문에 따르면, 2세 미만 아이들의 미디어 사용 억제를 권하고 체계화되지 않은 놀이시간이 어떤 전자 미디어 노출보다 두뇌 발달에 중요함을 언급하고 있다. 또 독일의 노드라인베스트팔렌 주 학교법은 숙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내야하고 분량은 ‘초등학교 1~2학년은 30분, 3~4학년은 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분량이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정해져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에는 아동 존재의 언급 자체가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아동의 사교육 시간과 방법, 강도 등에 대한 아동의 권리 차원의 접근이 미흡한 실정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영유아사교육과 관련해 연구자들의 더 많은 연구가 있어야 하며 학부모들의 건강한 양육정보 나눔과 확산이 필요하고 영유아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 제정이 있어야 하는 등 앞으로 가야할 길이 멀다”며 “내년에도 이와 관련해 영유아사교육 문제해결을 위한 연구조사, 캠페인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며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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