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종합] '교육청 점거' 사립유치원 원장들, 그들의 뜨거웠던 7시간
[현장종합] '교육청 점거' 사립유치원 원장들, 그들의 뜨거웠던 7시간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7.07.25 2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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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회 "국공립유치원 확대는 사립유치원 죽이기"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유치원 죽이는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 전면 중단하라!”


“사전 협의 없는 일방통행 세미나 즉각 중단하라!”


25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 2층 강당에서 구호가 울려 퍼졌다. 오후 3시 이곳에선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의뢰로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제2차 유아교육발전 5개년 기본계획’ 수립 연구의 일환으로, 4차 서울 세미나가 예정돼 있었다.


기자는 세미나 시작 15분 앞두고 학교보건진흥원에 도착해 2층으로 올라갔다. 푹푹 찌는 찜통 같은 더위에도 긴 복도를 따라 사람들이 줄지어 모여 있었다. 세미나가 열릴 예정인 강당에는 더욱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정부를 향한 분노감과 무더위로 인한 불쾌함이 뒤섞인 구호가 뜨겁고 강렬하게 귀에 꽂혔다.


정부는 제2차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과정 운영의 내실화 ▲교원 역량 및 지원 강화 ▲유아학교 정착을 위한 행정·재정 체제 정비 ▲공·사립유치원 균형 발전 등 4개 분야 총 10개의 주요 정책과제를 중심으로 정책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사)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를 비롯한 민간 유치원들은 주요 정책과제 중 ‘공립유치원 취원율 제고’ 등의 내용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한유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유아교육 재정지원 평등권 보장 ▲사립유치원 죽이기 정책 중지 ▲통과의례적 현장세미나 중단 ▲유아교육발전계획 논의 원점 재시작 등을 요구했다.


한유총 회원들은 세미나 시작 4시간 전인 오전 11시부터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한유총 측이 추산한 인원은 600여 명. 인천, 경기, 제주, 울산 등 전국에서 모여온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대한민국의 모든 유아들이 학부모가 내는 돈이 똑같아야 한다. 과정은 똑같이 해놓고 지원은 다르게 한다. 교육과정을 똑같이 했으면 똑같이 지원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유총 측은 "저출산으로 유아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치원이 공급 과잉 상태인데,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40% 확충계획은 사립유치원을 죽이는 정책"이라며 "사립유치원에도 국공립유치원과 동일한 수준의 교육비를 지원해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 600여 명은 25일 오후 3시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 2층 강당에서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 전면 중단을 외치며 세미나 개최를 반대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 600여 명은 25일 오후 3시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 2층 강당에서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 전면 중단을 외치며 세미나 개최를 반대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오후 2시 53분, 사립유치원 원장들 2층 세미나장 원천봉쇄


오후 2시 53분, 회원들의 발언으로 달궈진 열기 속에 이번 세미나 연구책임을 맡은 한국해양대학교 김용일 교수가 강당에 들어섰다. 김 교수는 “연구 책임자로서 세미나 성격에 대해 말씀드리고 (세미나) 개최 가부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하자, 한유총 회원들은 “세미나 못해요. 내용 이미 알고 안 듣고 싶어요. 듣지 맙시다”라며 야유 섞인 함성을 질렀다. 


한유총 한 회원이 김 교수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세미나) 하는 것 아니냐. 대전 세미나에서  세미나장 점거하고 있으니 막아 달라 경찰에 요청하지 않았냐. 우리 목소리 들어달라는 것인데…” 라고 하자, 김 교수는 “경찰을 요청한 것은 한유총 관계자가 마이크를 집어던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유총 회원은 “마이크를 던진 게 아니라 떨어뜨린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현장으로부터 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지난해부터 저희 의견 들어 달라. 반영해 달라고 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 교수는 “세미나를 방해 하시는데, 생산적이지 않은 것 같다. 정보가 왜곡된 것도 있다. 세미나로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하면 설문조사 등 다른 연구방법도 있다. 부산, 광주 세미나는 치렀고, 서울 현장 세미나는 이런 사정으로 개최하기가 불가능하다. 현장 세미나는 무산됐다고 말씀드리고 가겠다”고 말했다.


결국 김 교수는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원천봉쇄에 부딪쳐 세미나 무산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한유총 회원들은 자리를 빠져나가는 김 교수를 향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 달라”고 외쳤다.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문제는 유아교육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사립유치원을 죽이기만 했지 발전시키지 않았다. 사립유치원은 죽이고 공립유치원은 살리는 것, 그것이 유아교육발전 계획이냐. 연구책임자, 한유총과 교육청이 만나서 사립유치원 발전 각서를 받고 새롭게 시작하자”고 주장했다.


이후 30여 분간 자유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경기도에서 설문을 했다. 공립과 사립이 공짜라면 어디를 선택하겠냐? 사립이라고 했다. 이게 현실이다. 그런데 정부는 인정하지 않는다. 투명성과 공공성? 언제부터 우리가 공무원이었나? 공무원증 있나? 너무 억울하다. 나라는 보장해주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다 책임지라고 한다.”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토해내듯 주장을 펼쳤다. 이 원장은 “공립교사들도 잘 들어라. 페어플레이하자. 똑같이 출발해 보자. 정정당당한 조건을 주고 같이 달려가자고 해야지. 공짜를 당해내기 어렵다”고 역설했다.


앞서 한유총 회원들은 지난 21일 대전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고 단상 점거를 감행했다. 10분 만에 세미나가 공식 취소됐고, 세미나 주최 측의 요청으로 경찰력까지 동원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오후 3시 45분, 1층 서울시교육청 육아교육과 사무실 점거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 600여 명은 25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를 점거하고 실무자 면담을 요구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 600여 명은 25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를 점거하고 실무자 면담을 요구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물러나라 정혜손! 물러나라 정혜손!”


2층 강당에서 자유발언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 일부 회원들이 “정혜손 과장 나와라”라고 구호를 외치면서 1층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사무실로 향했다. 200여 명의 한유총 회원들은 급기야 유아교육과 사무실을 점거하고 담당자 면담을 요구했다.



#오후 4시 38분, 2층 강당 정혜손 과장 질의응답 나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 600여 명은 25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 2층 강당에서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정혜손 과장과 면담을 가졌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원 600여 명은 25일 오후 서울시교육청 학교보건진흥원 2층 강당에서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정혜손 과장과 면담을 가졌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유총 회원들의 면담요구에 결국, 서울시교육청 유아교육과 정혜손 과장이 2층 강당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한유총 회원들은 지난 5월 1일과 5월 18일에 서울에서 진행했던 집회에 정 과장이 한 번도 나와 보지 않았던 점 등을 거론하면서 “소통하려 하지 않았다”며 과거 업무 태도를 비판했다. 아울러 “편하지 못한, 덥고 좁은 장소에 모셔 죄송하다고 사과부터 해야 하지 않느냐”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정 과장이 “좁은 장소에 모셔 유감이다”라고 말하자,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고성이 쏟아졌다. 곧 바로 정 과장은 “유감이라고 말씀 드렸지 않느냐. 뭘 더 얘기해야하느냐”고 맞받았다. 그러자 “말을 어떻게 그따위로 하느냐”며 야유가 쏟아졌다.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오후 6시까지 불편한 대화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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