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축구클럽 차를 탄 날,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다
두 번째로 축구클럽 차를 탄 날, 아이는 돌아오지 못했다
  • 이중삼·최규화 기자
  • 승인 2019.08.0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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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희생아동 부모 김장회·이소현 씨 인터뷰①

【베이비뉴스 이중삼·최규화 기자】

지난달 23일 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희생아동 부모 김장회(오른쪽) 씨와 이소현 씨를 만났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달 23일 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희생아동 부모 김장회(오른쪽) 씨와 이소현 씨를 만났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태호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두 번째로 통학차량을 탄 날. 보호자도 없이 초등학생들만 태운 승합차는 시속 85킬로미터로 시내 도로를 달렸다. 신호도 무시하고 교차로로 진입한 차량. 사고는 순식간이었다. 아이들 여섯 명이 다치고 두 명이 하늘나라로 갔다. 여덟 살 태호도 그날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지난 5월 15일 일어난 인천 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태호 부모님 김장회·이소현 씨의 시계는 그날에 멈췄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슬픔. 하지만 사고를 통해서 불거진 어처구니없는 ‘팩트’들은 두 사람을 더 힘들게 했다. 노란색 통학차량이지만 어린이보호차량은 아니라고 했다. 학원인 줄 알았지만 학원이 아니라 서비스업이라 했다. 스물네 살 초보운전자가 운전했지만 보험은 서른 살부터 적용되는 책임보험이라 했다.

두 사람은 주저앉을 겨를 없이 기자회견으로, 토론회로,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움직였다. 그날 아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기 위해서. 다시는 그 누구에게도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희생된 두 아이의 이름을 딴 ‘태호·유찬이법’도 발의됐다. 두 사람을 만난 지난달 23일도 태호·유찬이법 통과 청원서를 국회에 전달하는 날이었다. 국회 의원회관 카페에서 두 사람과 마주 앉았다. 인터뷰에는 많은 질문이 필요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지난 두 달간 가슴에 쌓인 말들을 차분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풀어냈다.

“보통 아빠가 데리러 갔기 때문에, 태호는 (축구클럽) 차량을 딱 두 번 탔어요. 첫 번째 탔을 때 전달 시스템이 엉망이라서 아이가 혼자 덩그러니 축구클럽에 남겨져 있었어요. 태호 아빠가 화가 나서 (축구클럽에) 보내지 말라고 했어요. 제가 잘 좀 해달라고 말했더니 선생님도 사과하시길래 다음 달 등록을 또 했죠. 그 다음 주에 두 번째로 탔을 때 사고가 났어요. 두 번째는 집에 못 온 거죠. 딱 두 번 탔어요.”(이소현)

비극적인 사고. 슬픔을 다스릴 여유도 없이 김장회 씨는 ‘오해’와 싸워야 했다. 사고 직후, 차량이 노란불에 교차로에 진입했다거나,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안 해서 차량 밖으로 튕겨 나왔다는 말들이 언론에 보도됐다.

“지금도 ‘노란불에 진입했다’는 운전자의 말이 (기사에) 나오고 있는데, CCTV를 봤더니 노란불에 간 게 아니에요. 빨간불에 갔어요. 빨간불이 들어오고, 제가 세었을 때는 10초였거든요, 그 뒤에 가요. 말이 안 돼요. 더군다나 아이들이 안전벨트 안 해서 차 밖으로 튕겨나온 게 아니라, 시민들이 안에 있는 아이들을 빼놓은 거예요. 그걸 기사를 잘못 써서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안 해서 밖에 튀어나왔다’고 했어요.”(김장회)

“댓글들이 다 ‘안전벨트 교육을 시켰어야지, 부모도 책임 있다’고 해요. 그래서 정말 아이들이 안전벨트를 맸을까 찾기 시작했어요. 유찬이 마지막 모습이 담긴 사진에 허리와 복부에 멍 자국이 있어요. 성인 안전벨트를 했기 때문에, 사고 순간에 거기 압박이 생긴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언론에서는 구급대원이 ‘안전벨트를 안 매서 튕겨나온 걸로 추정된다’는 한마디를 가지고 기사를 썼어요.”(이소현)

김장회 씨는 축구클럽의 노란색 통학차량이 법적으로 어린이통학버스가 아니란 걸 알게 됐을 때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김장회 씨는 축구클럽의 노란색 통학차량이 법적으로 어린이통학버스가 아니란 걸 알게 됐을 때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 “모든 걸 피해자 가족들이 밝혀야… 가만히 있었으면 그걸로 끝”

그게 아닌데, 안전벨트를 안 한 아이들 잘못이 아닌데, 그런 식의 ‘인용’ 기사는 계속 나왔다. 이소현 씨는 언론 인터뷰를 열심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자신이 직접 얘기하지 않으면 바로잡을 수 없다 생각했기 때문에.

“보험사에서 ‘같이 탔던 아이들이 진술서를 써줘야 법적 효력이 있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질문지를 줬어요. 그 아이들도 평소에 안전벨트 맸다고 답변했어요. 아이들은 분명히 안전벨트 맸고, 다른 피해아동 증언까지 받아서 보험금도 다 처리된 상태예요. 아이들 과실은 전혀 없어요.”(김장회)

운전자의 나이는 스물네 살. 하지만 해당 차량의 책임보험은 서른 살부터 적용되는 것이었다. 사고로 다친 아이들은 아직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사비’로. 김장회 씨는 “다 응급실, 중환자실 들어갔다가 나온 애들인데 진단이 가볍다고 보험 처리도 못 받고 사비로 병원 다니면서 치료받고 있다”고 전했다.

“책임보험, 그거 정말 웃기더라고요. 우리 아이가 하늘나라로 갔잖아요. 그런데 책임보험에서 아무것도 못해주니까, 저희가 든 보험에 무보험차상해라는 특약이 있어서 저희 보험을 적용받았어요.”(김장회)

차량 운전자와 축구클럽 대표는 아이의 장례식장에도 왔다. 어머니와 함께 온 운전자는 장례식장에서 오열했다. 하지만 이소현 씨는 그때를 생각하면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 있다.

“운전자의 어머니도 같이 오셔서 우셨는데, 그때 운전자를 보고 ‘너도 많이 놀랐겠다, 너도 누군가의 아들이지’라고 생각했어요. ‘애들 빨리 데려다 주려고 서두르다가 그랬나보다’ 그렇게만… 그때만 해도 그런 심정이었죠.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운전자 주장이) 다 뒤집혔어요. 지금 생각하면 너무 화나는 건, 태호 아빠가 운전자를 안아줬어요. 운전자가 몸을 막 떨면서 오열해서, 너무 가여워보여서 안아줬대요.”(이소현)

“저도 체육교육학과를 나와서 입시학원에서도 일하고, 학원차를 운전한 적도 있어요. 사정 다 알거든요. 차량 시간 늦으면 부모들이 항의하고, 실장은 운전자 야단 치고…. 사고 운전자를 보고 ‘그래, 니가 사고를 내고 싶어서 냈겠냐’ 그런 마음으로 안아줬는데, 그게 제일 답답하죠. 내가 왜 그랬을까.”(김장회)

물론 실수라고 해도 용서할 수는 없지만, 운전자가 측은하다는 마음도 들었단다. 하지만 사고 영상을 본 뒤에는 모든 것이 뒤집어졌다. 노란불에 교차로에 진입했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브레이크를 밟지도, 핸들을 꺾지도 않았다. 김장회 씨는 “죽이려고 달린 거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고 말했다. 

“12년 전에 나온 오래된 차량인데, 시속 85킬로미터를 내려면 한참 (가속페달을) 밟아야 하잖아요. 그리고 빨간불이 들어왔는데 10초 뒤에 교차로에 들어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예요. 이건 죽이려고 한 거라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운전자가 노란불을 보고 갔다고 말했잖아요. 빨간불 들어오고 나서 10초라니까요.

내 아들을 죽인 사람인데, 살인자까지는 모르겠지만 사고를 낸 사람인데, 그래도 고의가 아니라는 게 드러나야 저도 마음이 편하잖아요. 고의가 아니라는 증거를 찾으려고 아무리 해봐도 안 맞아요. 빨간불을 분명히 확인했을 텐데 브레이크도 안 잡고 핸들도 안 틀고,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김장회)

이소현 씨는 “왜 피해자 가족들이 나서서 모든 걸 밝혀야 하는지, 그게 가장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이소현 씨는 “왜 피해자 가족들이 나서서 모든 걸 밝혀야 하는지, 그게 가장 억울하다”고 말했다. 김근현 기자 ©베이비뉴스

◇ 사라진 아이의 마지막 모습… “어디 사진 한 장에 발끝이라도 보인다면”

2013년 충북 청주시에서는 당시 3세인 김세림 양이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치여 숨진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세림이법’. 2015년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 즉 세림이법에 따라 어린이 통학버스에 대한 안전벨트 착용, 인솔 교사 동승, 하차 후 차량 내부 점검 등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어린이통학버스’는 ‘학원법,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른 시설에서 어린이 탑승차량으로 이용되는 차량’을 말한다. 축구클럽은 체육시설업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날 태호와 친구들이 타고 있던 축구클럽의 ‘노란 차량’은 법적으로 어린이통학버스가 아니었다.

아이러니한 것은, 축구클럽은 적용이 안 되지만 합기도장은 된다는 점. 2017년 합기도 차량 사망사고가 발생한 후 관련 법령 개정으로 올해 12월부터 합기도장 차량도 어린이통학버스로 인정되게 됐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이지?’ 귀를 의심했어요. 나는 학원을 보낸 건데 ‘학원 아닙니다, 축구클럽입니다. 서비스업입니다.’라고 해요. 무슨 소리지? 나는 학원 보낸 건데. 이런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김장회)

“저희는 사실 세림이법이 어떻게 나왔고 세부적인 내용이 뭔지 몰랐어요. 저희도 무지했어요. 노란색 차량은 다 똑같은 건 줄 알았어요.”(이소현)

두 사람은 그날 태호가 어디에 앉아서 어떻게 다쳤는지, 마지막 순간 태호의 상태는 어땠는지 간절히 알고 싶다. 하지만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알아낼 수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너무 억울한 게, 아이가 죽고 나서 왜 피해자 가족들이 나서서 모든 걸 밝혀야 하는지…. 경찰서에도 병원에도 다 저희가 발로 뛰어다녔어요. 아직도 너무 궁금한 건, 태호가 어디 앉아서 어떻게 다쳤는지예요. 경찰은 ‘신호위반과 과속, 그래서 운전자 구속’, 이걸로 끝이에요. 저희가 알고 싶은 것을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했어요. 경찰에, 제발 블랙박스 영상이라도 좀 달라고 하니, 직접 현수막 걸어서 제보자 찾으래요.

그런 게 제일 속상해요. 가만히 있었으면, 아무것도 안 했으면 그냥 그걸로 끝난 거예요. 저희는 정말 죽고 싶거든요. 그렇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저희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되니까 하고 있거든요. 인터넷에 있는 사고 관련 사진들 다 우리 부모들이 찍어서 제공한 거지, 아무도 이 사고를 파헤쳐주지 않아요.”(이소현)

두 사람에게는 충격과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상담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날의 진실을 더 알아내기 위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는 것으로 잠시 슬픔을 밀어내고 있을 뿐이다. 어디에서도 이런 부모들을 지원하지 않는다. 어디에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제일 궁금한 건, 아이의 마지막 순간이에요. 제보자를 찾는다는 현수막을 붙이긴 했는데, 아직 몰라요. 지금까지 제보받아서 나온 사진 중에 태호는 어디에도 안 보여요. 어디 사진 한 장에 발끝이라도 보이면 좋겠는데…. 정말 간절해요. 태호 사진 하나만 나오면 좋겠다…. 아무것도….”(이소현)

“방범카메라 영상에 사고 현장이 보여요. 그런데 나뭇잎이 딱 가렸어요. 부모 마음에, 아이가 차에서 어떻게 나왔나 보고 싶은데…, 아이가 시트에 옮겨진 상태에서 시트가 피로 물들어 있는 것만 보여요.(김장회)

사고 후 두 달. 사고 지점에는 과속방지턱이 생겼다. 그리고 10월까지 과속단속 카메라도 설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소현 씨는 “이 사고가 과연 누구의 책임인지 꼭 좀 다뤄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문제가 너무 많은 거예요, 일단 운전자가 제일 문제지만, 과속방지턱 하나 없던 것도 문제죠. 만약에 과속방지턱 하나만 있었으면 그렇게까지 빨리 달리지는 못했을 거 아니에요. 송도에는 주차단속 엄청 많이 하거든요. CCTV도 여기저기 다 있어요. 그 교차로에 과속단속 카메라 하나만 있었어도….”(이소현)

☞ 송도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 희생아동 부모 김장회·이소현 씨 인터뷰② : “태호·유찬이법 속에서 아이가 우리보다 오래 살아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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