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제발 (법안)소위 좀 열어주세요, 제발 (아이들을) 외면하지 말아주세요. 지금 물에 빠진 아이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어요, 제발 건져만 주세요. 제발요.“ (유가족들)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과 안타까운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또 국회를 찾았다. 이들은 일명 ‘민식이법’에 대한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 심사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부모들은 김장회 씨(태호 아빠), 이소현 씨(태호 엄마), 이은철 씨(해인이 아빠), 고은미(해인이 엄마), 김태양 씨(민식이 아빠), 박초희 씨(민식이 엄마)였다. 태호는 지난 5월 15일 인천 송도에서 송도축구클럽통학차량 사고로, 해인이는 2016년 4월 어린이집 통학차량 사고로, 그리고 민식이는 지난 9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은 이처럼 어린이가 희생되는 안타까운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아이들의 이름을 딴 법안이다. 법안은 민식이법, 하준이법, 한음이법, 해인이법, 태호·유찬이법을 포함한다.
이날도 부모들은 아이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복도 끝에 섰다. 오전 9시 30분부터 의원들을 기다렸다. 회의시간 10시가 가까워지자 의원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부모들은 의원들에게 “제발 부탁드립니다. 내일(28일) 법안소위가 열리게 해주세요”라면서 연신 고개를 숙였다.
특히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울산 남구갑)이 나타나자 태호, 해인이, 민식이 세 명의 엄마는 차가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 의원에게 “제발 내일(28일) 심사가 열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외면하지 말아주세요”라며 눈물로 법안 통과를 애원했다.
◇ “나머지 법안 통과도 최선”… 28일 법안소위 개최 여부 주목
이에 이 의원은 유가족들을 향해 “민식이법이 (법안소위에서) 통과될 때도 자유한국당이 주도적으로 했다”면서 “나머지 법안(통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내일 법안소위를 열어달라는 유가족들의 말에 대해서는 “예, 예”라고 짧게 답했다. 이 의원은 행안위 소속 자유한국당 간사이자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고 있어 사실상 어린이생명안전법안 심사에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행안위 전체회의는 오전 11시 26분에 끝이 났다. 일명 ‘민식이법’은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민식이법’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부모들은 “이제 시작일 뿐이야, 끝까지 계속 지켜보자“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이 법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친 후 본회의 가결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태호 아빠 김장회 씨는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을 만나도 공감, 더불어민주당을 만나도 공감, 국민들까지 공감해주는 사안인데, 이렇게 (어렵게) 법을 만들어야 하는 건가”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체회의 이후 유가족에게 “아이들 법이 한꺼번에 함께 처리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면서 “이렇게까지 오시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죄송하다”라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한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오전 9시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스쿨존에서 사랑하는 아이들을 교통사고로 잃으신 부모들을 어제(26일) 국회에서 뵀다”면서 “최대한 속도를 내서 어린이안전법안이 나올 수(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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