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금식판' 피라미드, 내년에도 못 허무나
어린이집 '금식판' 피라미드, 내년에도 못 허무나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12.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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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정치하는엄마들, 어린이집 급간식비 ‘찔끔’ 인상 규탄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정치하는엄마들은 10일 오전 국회 앞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차별 방치한 국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식판 피라미드의 꼭대기는 '금식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치하는엄마들은 10일 오전 국회 앞에서 어린이집 급간식비 차별 방치한 국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식판 피라미드의 꼭대기는 '금식판'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급식 차별 방치한 국회 사죄하라!”

“반값 급식으로 아이들은 배고프다, 국회는 반성하라!”

“복지부는 예비비로 급간식비 현실화하라!”

10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 기자회견에서 나온 엄마들의 화난 목소리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5월부터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날 통과가 예정된 내년 예산안에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면 맨날 배고프다고 해서 제가 정말 화가 많이 난다”면서, “아이 오면 뭐라도 빨리 먹이려고 화장실도 참고 뛰어간다. 그게 저만의 문제이겠냐. 아이 키우는 엄마들 다 똑같다”고 호소했다. 

장 활동가는 “저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뭘 먹고 왔냐고 물으면 대답을 잘 못 한다. 말도 잘하고 따져 묻기도 잘하는 아이가 뭘 먹었는지 말을 못하는데 (어린이집 점심시간에) 암행어사처럼 쳐들어가서 볼 수도 없지 않냐. 온갖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부실급식 식판을 보면서 내 아이도 이런 급식을 먹고 있진 않을까 걱정하는 바보 같은 엄마일 뿐”이라고 속상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장 활동가는 “오늘 밤까지도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챙기려고 싸울 것이다. 실세 국회의원 지역구 예산 챙겼다고 기사 나고 있다. 토건예산 수백억 원은 안 아깝고 아이들 급식비는 912억 원은 안 올려준다. (나도) 국회에서 일해봤고 900억 원 쪽지 예산으로 오가는 거 충분히 봤다. 그래봤자 2600원이고, 그래봤자 당신 아이들보다 못 먹는다”고 강조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현행 1745원인 어린이집 급간식비 기준액을 2600원으로 인상하고, 이를 위한 예산 912억 원을 편성할 것을 주장해왔다.

어린이집 급간식비 차별을 상징하는 '금식판' 피라미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어린이집 급간식비 차별을 상징하는 '금식판' 피라미드.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장 활동가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든 대통령이든 나와서 예산에 반영된 인상금액이 아이들 급간식비로 충분하다고 얘기하면 포기하겠다. 이건 상식의 문제다. 이런 정부, 이런 정치권이 반값 식판밖에 주지 못하면서 출생률을 운운하다니 모두 정신이 나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미정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도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다. 강 활동가는 “아이 키우면서 현실에서 접하는 애로사항이 바로 아이들의 배고픔”이라면서, “저희 활동하는 엄마들의 공통된 의견은 아이가 배고프다고 난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활동가는 “김재원 자유한국당 예결위 위원장이 (급간식비 인상 촉구) 문자 보내면 (예산을) 더 삭감하겠다고 한 게 화제가 됐다. 그 의원이 지역구 예산 550억 원을 확정시켰다고 한다. 아이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전국 243개 지자체 어린이집 급간식비와 전국 300개 공공기관 직장어린이집 급간식비 실태 조사해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회 어린이집·청와대 어린이집 3800원, 복지부 어린이집 3862원, 기획재정부 어린이집 3300원, 서울시청 어린이집 6391원으로 천차만별.

어디에 사는지, 어린이집에 다니는지, 유치원에 다니는지, 어떤 유형의 어린이집에 다니는지, 부모가 어떤 직장에 다니는지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식판이 다르다는 것.   

보육교사들이 제보한 부실 급식 식판 사진.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보육교사들이 제보한 부실 급식 식판 사진.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조성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최근까지 한 국회의원실 비서관으로 일했다. 조 활동가는 “(국회의) 관심은 하나다. 여·야 할 것 없이 어린이 문제에 국회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지역구 예산을 포기하고 어린이 급간식비에 내줄 의원이 없고, 어린이는 대한민국에서 시민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엄마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예산안이 통과되면 청와대로 달려가 복지부 예비비를 어린이집 급간식비로 지원하도록 캠페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서울시청 직장어린이집 식단이 공개됐다. 오전 간식은 건뇌식품(견과류), 점심식단 안에도 간식이 포함돼 있다. 오후 간식을 보면 떡꼬치, 유부초밥, 하이라이스 등 간단식이 제공된다. 반면 공공운수노조 소속 보육교사들이 어린이집에서 제공되는 부실급식 실태를 찍어서 보내준 사진도 공개됐다. 하이라이스에 반찬은 잘게 썬 단무지가 전부다.

기자회견 끝에는 '급식판 피라미드'를 쌓았다. 맨 꼭대기에는 ‘금식판’이 있었다. 장 활동가는 "서울시청 어린이집의 급간식비는 6391원, 공공기관도 최소 3000원이 다 넘는다. 자라는 아이가 하루만 절반을 먹여도 문제가 될 텐데 7년 동안 매일 다른 아이들의 절반만 먹고 자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은 어린이집 급간식비 인상을 요구하는 엄마들의 문자메시지에 “계속하면 더 삭감하겠다”는 답장을 보내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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