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장애영유아 생존권… '의무교육' 반드시 보장돼야”
“방치된 장애영유아 생존권… '의무교육' 반드시 보장돼야”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3.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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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국회로 ‘총선 마이크’⑬] 김영란 장애영유아 보육·교육정상화를 위한 추진연대 상임공동대표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2018년 12월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장애영유아 정책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8년 12월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장애영유아 정책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 돼 있어 정확한 통계를 찾기는 어렵지만, 문헌을 종합했을 때 장애유아의 70%정도는 실질적으로 의무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 촉구 정책토론회’에서 사단법인 두루 소속 엄선희 변호사는 이처럼 말했다. 이날 엄 변호사는 장애영유아 의무교육 보장에 가장 걸림돌로 부처의 이원화를 들면서 유보(유아교육-보육)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어린이집을 특수교육기관으로 보지 않는다. 다만 '간주'할 뿐. 특수교육법 제19조 제2항에는 "만 3세부터 만 5세까지의 특수교육대상자가 일정한 조건의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경우 유치원 과정의 의무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돼 있다. 장애영유아 보육·교육정상화를 위한 추진연대(이하 장보연)는 이를 ‘간주’ 조항이라 부른다.

이 같은 '간주' 조항과, 이원화된 유아교육-보육 체계는 장애영유아의 보육·교육에 여러 문제점들을 낳고 있다. 장보연은 이런 문제점들을 제도적으로 해결하고자, 지난 2018년 6월 18일 출범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전국장애영유아부모회, 전국장애아통합어린이집연합회 등 장애영유아 의무교육 실현에 한 뜻을 품은 11개 단체가 결성한 연대단체다.

장보연은 장애영유아의 보육과 교육의 차별을 없애고, 장애영유아가 입소돼 있는 장애아어린이집을 의무교육기관으로 만들기 위해 법률개정활동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2월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이른바 '간주' 조항을 폐기하고 장애영유아 의무교육권을 보장하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상임공동대표가 바라본 20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새 국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김 상임공동대표와 지난 16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20대 국회, ‘소수’라는 이유로 장애영유아 교육권에 관심도 안 줘"

김영란 장애영유아 보육·교육정상화를 위한 추진연대 상임공동대표의 모습. ⓒ김영란
김영란 장애영유아 보육·교육정상화를 위한 추진연대 상임공동대표의 모습. ⓒ김영란

Q. 20대 국회의 지난 4년을 100점 만점으로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주실 수 있으실까요?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10점입니다. 국회의원들은 ‘소수’라는 이유로 장애영유아의 교육권에 관심도 주지 않았어요. 그나마 지난해 2월 20일에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안’ 발의에 힘써준 27명의 국회의원이 관심을 가져줬어요.”

Q. 장애영유아의 교육권 문제에 있어서 20대 국회 4년 동안 이룬 긍정적인 성과나 진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20대 국회에서 장애영유아의 교육권에 대한 성과는 전혀 없었어요. 다만,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건 진전이라고 평가해요.

교육부는 장애아어린이집에 입소돼 있는 장애영유아의 수를 포함하지 않고, 특수교육연차보고서를 내놓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어린이집을 특수교육기관으로 사실상 보지 않고 있어요. 특수교육법 제19조 제2항 단서에 ‘간주’ 조항만 있을 뿐입니다. 정부는 장애영유아를 돌보지 않고 있어요. 방치하고 있는 거죠.”

Q. 현행법상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은 의무교육 기간과 보장법도 다르고, 시설, 특수교사 부족, 특수교육법 ‘간주’ 조항 등 걸림돌이 많습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먼저 국회가 관심 가져야 할 사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모든 장애영유아는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어요. 하지만 보육(어린이집)과 유아교육(유치원)의 이원화로 장애영유아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동의 관점에서 장애영유아 의무교육을 유치원이든 어린이집이든 교사지원과 교육 기자재 등 교육 의무를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국회가 먼저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Q.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해 2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법안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지난해 2월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안’ 발의한 배경은 장애영유아의 차별적인 의무교육에 대한 장보연의 주장에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아특수교육학계를 비롯해 현장교사와 유아특수교육과 학생들이 어린이집에서는 의무교육을 하는 게 맞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격렬히 반대했어요. 직접적인 원인인 거죠.

이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입니다. 결국 당사자인 장애영유아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은 거죠. 해당 법안은 심의조차 하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처했지만, 장애영유아 교육권은 반드시 보장돼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의 정확한 판단과 우선순위에 대한 결단이 필요해요.”

◇ "전문가들 '유보통합' 필요성 느끼지만 사실상 논의 중단 상태"

2018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인권올림 & 차별내림 연합문화제'가 열렸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8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인권올림 & 차별내림 연합문화제'가 열렸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여전히 어린이집은 복지부, 유치원은 교육부로 철저하게 이원화돼 있습니다. 장애아동의 교육권 보장은 보육과 교육이 통합되면 많은 부분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두 부처가 소극적인 태도만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대다수 우리나라 유아교육과 보육의 전문가들은 유보통합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국무총리 산하 육아정책연구소를 설립해 유보통합 문제를 풀어가고자 노력한 점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에 따라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물러나는 등의 반복으로 지금 유보통합 논의는 중단 상태입니다.

비장애영유아의 유보통합도 시급하지만, 특히 장애영유아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첫걸음을 내딛는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장애영유아의 교육권을 제대로 고민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단순히 업무를 처리하고 보고하는 것이 아닌, 그 제도로 영향을 받게 될 당사자를 생각해야 해요. 관료집단의 행정 처리방식이 문제이며, 장애영유아를 위한 정책 고민에 대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고 싶어요.”

Q.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인가요?

“우선 장애영유아는 발달초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할 경우 성인이 됐을 때 장애 성인 한 사람에게 지출되는 사회비용이 엄청나게 돼요. 이 부분에 대한 역학조사와 장기연구가 필요해요. 이를 토대로 영유아시기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중 어느 한 쪽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해결하거나, 아예 국무총리실이 나서 새로운 정책을 펼쳐 해결해야 합니다.

장애영유아의 의무교육은 ‘유아교육법’이나 ‘영유아보육법’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요. 반드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과 ‘장애아동복지지원법’등에 따른 재활과 복지서비스를 포함해야 해요. 장애영유아 의무교육 보장에 힘쓰기 위한 민·관협의체도 빠르게 만들어야 합니다.”

Q. 이번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으신 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매우 중요한 시기임에도 빨리 지나가 버려서 놓치기 쉬운 장애영유아들의 생존을 위한 정책수립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이 가운데 장애영유아의 의무교육권 보장과 양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모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위해 활동보조사업 지원 등 경제·정서적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Q. 장애아동 교육권 보장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국민들의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향후 활동 계획 등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저희는 21대 국회에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다시 발의하고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더 많은 국민에게 장애영유아의 인권과 차별 등을 알릴 수 있도록 장애영유아 인권 백서 발간 등의 활동을 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민·관협의체 구성과 기자회견 등 다수의 활동을 준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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