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더 잘 보는 엄마라서 줄 수 있는 '선물'
남보다 더 잘 보는 엄마라서 줄 수 있는 '선물'
  • 칼럼니스트 이샛별
  • 승인 2020.09.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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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어때? 진짜 폴리 같지?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모두 외출을 삼가는 가운데, 최대 피해자는 아이들이다. 한창 밖에서 뛰놀아야 할 나이인데, 일부 어른들의 안일한 태도 때문에 확진자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도 ‘집콕’ 생활을 무척 오래 하고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놀이터도 맘껏 못 가니 예준이는 무척 답답한 모양이다. 그래서 예준이가 자주 보던 애니메이션 캐릭터 장난감을 사줬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예준이가 좋아하는 폴리 장난감을 사줬다. 요즘 예준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다. 뽀로로는 이제 안중에도 없다. ⓒ이샛별
집콕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 예준이가 좋아하는 폴리 장난감을 사줬다. 요즘 예준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다. 뽀로로는 이제 안중에도 없다. ⓒ이샛별

다행히 좋아하는 것 같다. 이때다 싶어 예준이와 눈을 맞추며 소통하려 애썼다. 요즘 예준이의 최대 관심사는 자동차 장난감이다. 뽀로로는 안중에도 없다. ‘로보카 폴리’와 ‘타요’처럼 살아 움직이며 영웅같이 행동하는 자동차 캐릭터가 예준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예준이의 입 모양을 보며 예준이가 좋아하는 주인공 자동차 캐릭터뿐만 아니라 조연 캐릭터 이름까지 몽땅 외웠다.

사실 처음엔 예준이의 입 모양을 잘못 읽었다. 예준이는 ‘폴리’라고 말했는데 내 시선에선 예준이의 입 모양이 ‘볼링’이라고 읽혔다. 그때 마침 옆에 볼링공 장난감이 있었다. “우리 볼링 할까?”라고 말하니, 엄마를 바라보던 예준이의 표정이 남달랐다. 

그 이유를 늦게서야 깨달았다. 그때 예준이 표정은 ‘엄마는 왜 내가 하는 말을 잘 모르는 걸까?’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걸 깨닫고 나니까 공연히 미안해져 “폴리 친구는 로이 맞지?” 하고 빨간색 소방차 장난감을 들어 예준이 눈앞에서 흔들며 물어봤다.

TV 만화 캐릭터가 어떻게 예준이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하는 궁금증은 곧 소리에 대한 궁금증이기도 했다. 예준이는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장난감을 곧잘 가지고 놀면서도 이것저것 말해주기 시작했다.

“이건 폴리! 저건 로이!”

처음엔 보이지 않던 캐릭터의 이름이, 그 입 모양이 예준이의 노력 덕분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예준이에게 선물하고 싶어졌다. 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가 줄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선물을 생각해 냈다.

바로 폴리의 특징을 잘 살펴서 똑같이 그림을 그려내는 것이었다. 10분 만에 후딱 그려냈지만, 예준이는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우와 우와! 폴리다!”

오늘도 고마워 예준아!

남보다 더 잘 보는 엄마라서 줄 수 있었던 선물, 예준이가 좋아하니 기쁘다. ⓒ이샛별
남보다 더 잘 보는 엄마라서 줄 수 있었던 선물, 예준이가 좋아하니 기쁘다. ⓒ이샛별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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