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사회서비스원 설립, 누가 후퇴시켰나?
'국정과제' 사회서비스원 설립, 누가 후퇴시켰나?
  • 권현경 기자
  • 승인 2021.07.26 08: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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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인문사회관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인문사회관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주요 복지 정책 과제 중 하나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약속했다. 이후 ‘사회서비스원’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2019년 서울, 경기, 대구, 경남을 시작으로 현재 11개 시·도에 시범사업 중이다. 사회서비스원은 사회복지시설·노인·아동·장애인복지시설 등 돌봄 관련 국공립 시설을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설립·운영함으로써 사회서비스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종사자 처우 개선, 서비스 질 개선 등을 위해 추진됐다. 2022년까지 17개 시·도에 설치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지자체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해 일부 사회서비스만 위탁 운영하는 것으로 후퇴됐다. 시범사업 중에도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 서비스 질 격차 등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비판하는 쪽에서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하는데 각 지자체에 맡겨버려 생긴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지자체가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할 경우, 본부 운영비만 지원하는 것으로 하고 있어 무늬만 사회서비스원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사회서비스원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내년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 관련 법안은 6월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만 통과했고, 법제사법위원회 안건 상정마저 불투명한 상황. 이 사업은 제대로 정착할 수 있을까.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되기 전부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모형 설계 작업부터 참여한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지난 16일 서울 노원구 서울여대 인문사회관 김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사회서비스원법을 둘러싼 논란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 교수와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사회서비스원법은 민간에 행동 변화 메시지를 주는 것”

김진석 교수는 "사회서비스원을 만드는 목적은 사회서비스 민간 시장에 행동 변화 메시지를 주는 것이었으나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김진석 교수는 "사회서비스원을 만드는 목적은 사회서비스 민간 시장에 행동 변화 메시지를 주는 것이었으나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2019년부터 2년간 추진된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와 한계는 무엇인가?

“사회서비스원을 만드는 목적은 사회서비스 시장에 공공성 강화의 필요성 증대가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라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민간에 잠식된 서비스 제공자들의 행동 양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혀 바뀌고 있지 않다. 토론회 때마다 소리 지르고 하던 사람들이 이제 ‘에이 별거 아니네’ 현장에서는 이렇게 됐다. 기대했던 정치적 효과는 사회서비스 시장 안에서의 근본적인 뒤집음, 변화였으나 안 된 것이다.

시범사업은 근거법도 없이 보건복지부 사업으로 운영되다 보니 학계나 현장 전문가의 의견반영이 여의치 않았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100여 명의 인력이 들어간 조직을 만드는 것인데, 만들어 놓고 중앙정부가 손을 떼면 매우 곤란해지므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까지 17개 시·도에 사회서비스원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올해 부산도 최종적으로 발을 뺐다. 근거법이 만들어져야 내년에 사업에 들어가는데 동력이 떨어진 것이다. 선도적으로 시작했던 서울도 동력을 많이 잃은 건 마찬가지다.”

-사회서비스원법은 무엇이고,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사회서비스원법은 지자체가 사회서비스원을 설치·운영을 할 수 있는 근거법이 되는 것이다. 근거법이 마련되면 국회가 승인한 예산을 받아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법이 만들어지면 제도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가 지자체장에게 주는 메시지이고, 더 중요하게는 현장 사회서비스 공급자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 시장을 잠식한 민간에 행동 변화 메시지를 주는 게 시작인데 (근거법이 없어) 그 시작을 못 하고 있다.” 

-관련 법은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후, 21대 국회에서도 지난 6월에 보건복지위원회만 통과하고, 처리가 안 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민주당이 의지가 없는 것이다. 21대 국회 1호 법안이라고 하는데 누가 봐도 의지의 문제라고밖에 생각 안 할 수 없다. 지금 추경이 논의 중이고 마무리돼야 법안을 올릴 수 있을 거다. 사회서비스원법과 관련해 ‘6월에는 통과될 거다’, ‘7월에는 될 거다’라고 해왔다. 이제는 ‘8월에는 통과될 거라’는 말은 있지만 당장 9월이 지나면 대선국면이다. 그러면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관심도 없을 것이다. 8월에 통과 못 하면 못한다고 본다. 이번에 성공하지 못하면 앞으로 한동안은 꿈도 못 꿀 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사회서비스원 법안과 관련해, 시민단체에서는 ‘누더기 법안’이라면서 ‘원안 복구’ 요구 기자회견도 열렸다. 이게 무슨 얘긴가?

“누더기고 훼손된 건 맞다. 이종성 국민의힘 국회의원 법안(사회서비스 강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경우, '사회서비스원법'이라고 내놨지만 긴급하고 위급한 시기에 사회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게 아니라 법안을 축소시키기 위한 것이다. 관련 법안이 상임위에 올라오면 같이 놓고 협의해서 정부안으로 협의안이 만들어진다.

문제가 되는 건, ‘우선 위탁 조항’이다. 핵심은 사회서비스원이 만들어졌고 지자체가 사회서비스 제공 시설을 국공립으로 만들면 현재는 공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서비스원은 개인과 똑같이 입찰을 해야 한다. 공공이 만든 시설을 공공이 운영하겠다는 건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남인순 의원 법안(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는 ‘우선 위탁’이 ‘당연 조항’이었다. 그런데 정부안 조항은 우선 위탁 조항이 사라졌고, 공개 입찰해야 한다. 다만, 문제, 부실 시설의 경우 단서를 달아 우선 위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누더기 법안이 됐다고 노동 쪽에서 얘기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사회서비스원법 원안에 대해 반대하는 측의 이유는 뭔가?

“시장에 공공이 들어오는 게 싫은 거다. 사회서비스원이 들어온다는 건 공공인프라를 만들고 직접 운영하기 위한 진지가 생기는 것이니까 반발한 것이다.” 

-그러면 누더기가 된 정부안, 사회서비스원법이 이대로 통과돼도 되나?

“21대 국회를 넘기고, 대선을 넘기는 것보다 이대로라도 통과시키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복지부는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하지만 믿지 않는다. 일단 ‘이것 때문에 안돼’라고 하는 것보단 법적 근거를 만들어 동력 확보가 우선이다. 드러내놓고 환영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저지·파탄시킬 일은 아니다. 통과시킨 후 개정작업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
 
-이렇게 사회서비스원법을 통과시키고 나면 어떤 보완 과정이 필요한가?

“사회서비스원은 공공사회서비스 직접 제공기관, 이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걸 운영하기 위한 플랫폼, 하우스다. 다양한 사회서비스 영역의 서비스 제공기관이 있는데 공공이 운영해야 한다는 일정한 당위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다. 규범적인 게 아니라 사회서비스의 진전에 진전을 통한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우스만 만들어지면 뭐 하나? 그 안에 제공하는 다양한 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 어린이집, 장애인활동기관, 요양기관 등도 들어와야 한다.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서비스 제공기관을 통해 시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시민에게 직접 제공해주고 시민의 돌봄과 관련된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서비스원이 관리하는 서비스 제도가 바뀌어야 하고, 각종 공공사회서비스 제공 시설이 늘어나야 한다. 하나를 더 한다면, 공공기관이니까 사회서비스 정책, 커뮤니티케어 공공파트너십의 역할을 해야 한다. ” 

◇ “사회서비스원 만들고 공공이 책임지겠다고 해야 한다”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6월 16일 오전 10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누더기 된 사회서비스원법 제11조 원상복구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노인장기요양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6월 16일 오전 10시 서울시 여의도동 국회 정문 앞에서 ‘누더기 된 사회서비스원법 제11조 원상복구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보육에서도 사회서비스원 출범에 대한 기대가 컸다. 보육교사 직접고용으로 인해 고용도 안정되고 처우도 좋아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있었는데 왜 인기가 없어지게 된 건가?

“복지부 운영 모형안이 지자체가 받을 수 있는 안이 아니다. 종사자 처우도 노동조건,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 다 있었는데 한꺼번에 하려면 자원이 훨씬 더 들어가야 한다. 복지부는 독립채산제 원칙을 시범사업을 할 때 내밀었다. 복지부가 지원하는 돈은 본부와 센터 운영만 쓰고, 종합재가서비스 제공하는 데서는 들어오는 돈으로 지불하는 게 원칙이다. 

기존 제도를 그대로 두고 온갖 좋은 건 다 집어넣으니 할 수가 없는 거다. 지자체에서도 직접고용, 월급제, 정규직, 이 원칙을 세우고 그 방향으로 깃발 들고 가자 했는데 실제로 서울은 돈을 수백억씩 넣었지만 다른 곳은 계약직, 시간제 그와중에 다른 민간이랑 다를 게 전혀 없다. 질 강화는 고용조건의 안정화와 개선을 통해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켜서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었는데 그게 작동되지 않으니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사회서비스원법이 통과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민간 중심의 사회서비스 문제는 처음 좋은 의도로 시작한 운영이 일상이 되는 순간, 그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해야 할 운영비, 인건비, 수익, 시장의 유동성에 따라 대비도 해야 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자신들이 가져갈 여지를 최소화하는 게 되건 최대화하는 게 되건 늘리기 위한 동기가 작용한다. 사회서비스 영역은 대인 서비스이고, 8시간 서비스가 필요하면 8시간 붙어 있어야 한다. 자동화가 안 된다. 

사회서비스원은 제도, 수가, 사회보험으로 이뤄진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결국 비용을 낮춰서 서비스 공급단가를 낮추는 건데, 사실상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수밖에 없다. 공공사회서비스영역을 시장에 맡겨놓으면 굴러가겠지만 민간에 맡겨두면 최소한으로 적정화된 질을 추구할 거다. 더 잘해보려는 동력은 없다. 그 과정에서 가장 희생하는 사람은 돌봄노동자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자기 일로 여기지 않는다. 돌봄, 보육, 간호사 등 돌봄 영역의 고용유지 기간이 짧고 이직률도 높다. 

이 영역이 좋아지려면 진입한 사람들이 돌봄을 경력으로 생각하고 청년들이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경력을 안정적인 것으로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럴 수 없는 여건이다. 시간제로 해서 전문성이 생기겠나. 공공으로 가는 것이 방향이다. 돌봄은 당연히 비싸다. 그게 당연한 건데, 돈을 들이기 싫다는 얘기는 폐지 줍는 어르신, 간병 자살이 일어나는 이 상황을 그냥 수용해야 하는 거다. 돈을 더 써야 한다. 사회서비스원을 만들고 공공이 책임지겠다고 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아이 때부터 돌봄을 통해 성장했고 또 노인이 되어 가는데 왜 돌봄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 하나?

“돌봄을 싼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제도가 그렇게 만들어 놨다. 어르신 돌봄, 아이 돌봄, 이건 그냥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 밥 먹을 때 숟가락만 하나 놓으면 되지, 우리 애 보는데 한 명 더 데리고 놀면 되지,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서, 너무나 간극이 크다. 제도를 만드는 사람이 용인하고 부풀려 온 것이다. 이 구조에서는 바뀌기가 어렵다. 사회적 합의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봤다. 사회적 합의는 돌봄은 매우 비싼 거다. 코로나19로 경험하지 않았나. 병원도 지어야 하지, 사람도 넣어야 하지….”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회서비스원의 시장 역할의 핵심은 사회서비스 직접 제공에 있어 공공제공자의 몫을 늘리자는 것이다. 중간 지원 조직을 운영하자는 게 아니었다. 수도 없이 많이 만들어 둔 중간 지원 조직을 운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많은 역할 중에 할 수 있는데 주가 돼선 안 된다. 사회서비스 직접 제공하는 공공의 서비스 제공자 역할을 해야 한다.

돌봄은 비싼 거다. 원래 비싼 돌봄을 지금까지는 가정에서 특히 여성들이 무급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해왔던 것이고, 이제는 사회가 돈을 많이 써서 해야 할 때다. 사회서비스에 대한 공공의 투자를 아끼지 말자는 게 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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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bin**** 2021-08-03 18:24:36
정말 공감되는 기사입니다.
'돌봄은 원래 비싸다' 쉬운 일도 아니며 이런 기사가 계속해서 확산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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