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베이비뉴스와 사단법인 비카프(이사장 이영애)가 공동 기획한 인터뷰 시리즈 '대한민국 미술영재를 만나다'는 예술적 재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가는 국내 미술영재들을 조명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아트페어(BIKAF)를 통해 발굴한 어린 작가들의 작품 세계와 성장 과정, 예술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들어보며 대한민국 미술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아티스트들의 가능성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제 그림 앞에서 많은 분들이 잠시 숨을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변재준 작가의 작품 세계는 깊고 묵직했다. 동양적 아름다움과 정신성을 탐구하며 한국화를 그리고 있는 그는 그림을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닌 '수행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현재 대전예술고등학교 미술과에 재학 중인 변 작가는 한국화 전공자로서 동양적 정신세계와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 대학 진학을 앞둔 그는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에서도 공부하며 더 넓은 시야를 가진 작가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만 공부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 나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공부를 마친 뒤에는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더 깊이 배우고 싶습니다."
변 작가가 미술의 길을 걷게 된 데에는 가족의 영향이 컸다. 부모 모두 미술을 전공한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미술관을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정으로 작가의 꿈을 품게 된 계기는 따로 있었다.
"어릴 때 박서보 화백에 대한 영상을 보고 실제 작품을 접한 적이 있었어요. 그 순간 미술이 사람에게 엄청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 경험은 어린 소년의 마음속에 깊이 남았다.
"저도 언젠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고, 그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변 작가의 작품 아이디어는 의외로 글에서 시작된다. 그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 설명문을 꼼꼼히 읽고, 경제·정치 분야 뉴스를 살펴보며 시대의 흐름을 관찰한다. 특히 시집을 통해 많은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문학적인 표현을 읽다 보면 특정 문장이 강하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그 문장 하나를 가지고 작품을 구상하기도 해요."
그에게 글은 단순한 텍스트가 아니라 새로운 이미지를 탄생시키는 씨앗이다.
변 작가의 작품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말하는 '수행'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제 작품의 기저에는 항상 수행이라는 개념이 깔려 있습니다."
그는 그림을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스스로를 비워내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그리고 또 그리면서 제 안의 것들을 비워내고자 합니다. 그림은 결국 끊임없이 수행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철학은 자연스럽게 그의 작업 방식에도 녹아 있다. 그는 먹과 한국화 물감을 활용한 채색화를 중심으로 동양화를 작업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입학 이후에만 200점 가까운 작품을 완성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그는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을 꼽았다.
작품에는 가마우지 한 마리와 학 두 마리가 등장한다. 학은 예로부터 길상과 복을 상징하는 존재로 여겨져 왔다. 반면 가마우지는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이유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기도 한다.
변 작가는 같은 새임에도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 현실에 주목했다.
"어떤 존재는 신성하게 여겨지고, 어떤 존재는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됩니다. 같은 새인데도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 굉장히 불안정하게 느껴졌습니다."
작품 속에서 가마우지가 학을 짓누르는 모습은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충돌과 긴장을 상징한다.
제목 역시 단순한 의미가 아니다.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은 실제 태양을 잡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결코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갈망하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변 작가가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의외로 소박하다.
"사람들이 제 그림을 보면서 잠시 숨을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작품이 누군가에게 위안이 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림 앞에서 자신의 고민을 내려놓고, 잠시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 작품이 그런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가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자신의 생각을 담대하게 표현하는 작가"라고 답했다.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뜻을 자신감 있게 드러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뜻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력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미술은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한 뒤 이렇게 말했다.
"미술은 저에게 삶의 원동력입니다."
어린 시절 박서보 화백의 작품에서 받은 감동은 이제 또 다른 감동을 전하려는 젊은 작가의 꿈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양적 정신성과 수행의 자세를 화폭에 담아내는 변재준 작가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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