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교통사고’ 수준으로 봐”
“정부,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교통사고’ 수준으로 봐”
  • 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4.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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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에서 국회로 ‘총선 마이크’⑯] 장동엽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간사

【베이비뉴스 이중삼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15총선 이후 새로 꾸려질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베이비뉴스는 아동과 양육자들의 권리를 위해 힘써온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마이크를 건네줬다.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기자 말

2017년 8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을 만났다.ⓒ청와대
2017년 8월 8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을 만났다.ⓒ청와대

“그동안 정부는 결과적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피해사례와 원인을 빨리 파악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제가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가습기살균제 문제에 대해 정부 책임을 인정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2년이 훌쩍 지난 지금, 피해자들의 삶은 나아졌을까. 장동엽 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 간사는 지난 2일 서면 인터뷰에서 “국가를 대표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매우 의미가 있었다”면서도,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피해 규모나 성격에 비춰봤을 땐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국무회의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해자의 피해 입증책임을 덜어주는 이른바 ‘가습기살균제법’(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이 의결됐다. 장 간사는 이 점에 대해서 “법안이 의결된 것은 다행이지만,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사실을 입증해도, 가해기업에게 보상을 받아내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가습기넷)는 2016년 6월 출범했다.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모든 방안을 마련하고, 참사의 진상과 피해 규명, 재발을 막기 위한 법·제도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27일 환경부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특별구제 대상자는 총 2218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구제 대상자로 인정받지 못한 피해자가 상당하며, 특히 임산부와 영유아 피해자 수도 많다는 점에서 참사는 더 비극적이다.

장 간사가 바라본 20대 국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그리고 새 국회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2일 장 간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 “가습기살균제 참사, 기업의 탐욕과 역대 정부의 무능이 합작한 중대 범죄”

장동엽 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 간사의 모습.ⓒ장동엽
장동엽 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 간사의 모습.ⓒ장동엽

Q. 20대 국회의 지난 4년을 돌아봤을 때 100점 만점에 몇 점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점, 아무리 많이 점수를 주려 해도 이 정도입니다. 20대 국회를 최악의 낙제점으로 평가합니다. 사회 갈등과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국회가 전혀 생산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Q. 20대 국회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에 얼마나 공감했다고 보시나요?

“20대 국회를 그나마 20점으로 평가한 이유는 국회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해 최소한의 노력은 보여줬다고 판단해서입니다. 국정조사 첫 과제로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다뤘고, 지난달 피해구제법 개정을 통해 피해자들의 입증책임을 일부 완화하는 성과도 보였어요.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이번 코로나19 전염병 대처를 비교했을 때,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바라보는 정부와 국회의 태도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피해 규모가 심각해요. 2011년 참사가 일어나기 시작한 뒤 수년 동안 피해자 구제는 이뤄지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시민사회단체가 오랜 기간 외쳐온 징벌적배상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재난 참사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20대 국회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국회가 이래서는 안 되는 거죠.”

Q. 지난달 6일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 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통과 다음 날 가습기넷은 성명서를 통해 아쉬움을 표했는데, 어떤 점이 아쉬우셨나요?

“아쉬운 점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입증해도, 환경부의 역학조사 연구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 배상과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가습기살균제법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덜어 피해자의 구제 범위를 넓히고, 장애 등급에 따라 급여를 별도로 지급하는 등 피해자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환경부의 역학조사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자는 사실상 배상과 보상을 받기 힘듭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환경부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비특이성 질환에 해당하는 피해자들이 2184명, 역학적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피해자는 3100명이었어요. 그러지 않아도 피해 인정 범위와 판정 등급 기준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 정부에 신고한 피해자들 대다수가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가해기업들과의 법정 싸움에서도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Q.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분들을 만난 자리에서 공식 사과하고 문제 해결을 약속했습니다.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었는데요. 대통령 약속이 어느 정도 지켜졌다고 보시나요?

“먼저 국가를 대표한 대통령의 공식 사과는 매우 의미가 있었어요.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피해 규모나 성격에 비춰봤을 땐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실망스럽습니다. 정부 여당의 노력과 국회의 의결로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다행이나, 정부의 피해 구제 정책과 행정이 지나치게 소극적인 탓에 피해 구제를 받지 못하는 대다수 피해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피해자들과 가해기업들 사이의 ‘교통사고’ 같은 수준의 민사 분쟁쯤으로 이해하고 있어요.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교통사고가 아닙니다. 기업들의 탐욕과 역대 정부들의 무능이 합작한 중대 범죄이며, 대한민국에서만 벌어진 대참사입니다.”

◇ "가습기살균제 참사조차 해결 못하는 국회, 무슨 소용 있나"

2017년 5월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을 촉구했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2017년 5월 1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가습기살균제참사네트워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습기살균제 참사 해결을 촉구했다.자료사진 ⓒ베이비뉴스

Q.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은 ‘구제급여’(정부 인정), ‘구제계정’(정부 미인정)크게 두 가지로 알고 있는데요. 피해자임에도 지원을 못 받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정부의 피해 구제 정책과 행정이 지나치게 소극적입니다. 지원대상 질환 인정 범위도 매우 좁고, 대다수인 91.4%의 피해자들이 정부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3단계, 4단계, 판정 불가로 분류되고 있어요.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신고 피해자는 6757명으로 조사판정이 5689명이었어요. 판정 결과, 정부 지원금을 못 받는 피해자가 5202명에 달했어요. 3단계가 327명, 4단계가 4719명, 판정 불가가 156명입니다.

정부는 구제급여 지원대상으로 인정하는 질환을 대폭 확대해야 해요. 구제급여 지원대상 질환을 폐 질환, 태아 피해, 천식 등 8종에만 인정하고 있어요. 이번 피해구제법 개정으로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이 통합되는 만큼 신체 전반에 걸쳐 나타난 각종 질환들을 모두 포함해 지원대상을 넓혀야 해요.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는 국무총리가 재난 차원으로 대응하는 컨트롤 타워를 맡고, 피해 구제와 지원은 보건복지부가, 생활화학제품 안전 관리 정책과 행정은 환경부가 맡는 방식으로 다뤄야 합니다.”

Q.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의 배·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가해기업들이 배·보상해 주지 않거나, 더디게 해주고 있는 까닭을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우리나라는 가해기업에 대한 책임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사실상 없어요. 관련 임직원들에 대한 형사 처벌이 그나마 실효성 있는 압박 수단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기본적으로 피해자 편에 서 있지 않아요.그나마도 ‘가습기메이트’의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2018년에야 수사를 받아 일부 임직원들이 재판을 받고 있지만, 피해자들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적이 없어요.

공식적인 배·보상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품 안전성과 성능에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이득을 취하고자 이뤄지는 기업들의 탐욕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우리 현행법으로는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참사를 절대 막을 수 없어요.”

Q. 21대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에게 꼭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코로나19와 같이 재난 참사 피해에는 좌우도 지역도 없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조차 지키지 못하고, 그 피해 구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국회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시민사회와 피해자 가족들이 오랫동안 제안해온 대안들은 이미 차고 넘쳐요. 20대 국회에서도 이미 발의된 법안이 많습니다. 늦었지만, 21대 국회에서라도 반드시 대안들이 법안에 머물지 않고, 대책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다뤄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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